귤이네

EBS 세계의 명화로 한다기에 시간 맞춰서 처음부터 끝까지 딴 짓 안하고 본 영화.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영화보다 보면 중간에 딴 짓하게 되는데 이건 좋아하는 배우가 없고,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재밌게 봤다.
 
결국 인생이란, 애써 좋은 점을 보려 노력하면서 사는 거 아닐까. 비록 때때로 구차하고, 때때로 힘들고, 때때로 서글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다독이면서 살아가는 거 아닐까. 그러다가 그런 '나' 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누군가를 만나서 같이 손 잡고 걸어가는 것, 그게 인생 아닐까. 삶이 뭐 그렇게 특별하고 뭐 그렇게 애틋할까. 특별한 삶은, 결국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특별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을 때 만들어지는 거라고, 영화는 내게 말해주었다. 명품 가방이 아니라, 몇 억의 돈이 아니라 결국 인생을 바라보는 내 시선의 문제라고 너는 네 인생을 얼마나 특별하게 바라보느냐고 영화는 내게 질문했다.

가지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서 서러워하고 서글퍼하기 이전에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행복하고 가치 있지 않은가. 먼지처럼 짧고 덧없는 삶 속에서, 뭐 그리 불평하고 투정해야 한단 말인가. 

영화에 작은 벤델이 나올 때 마다 가까이 있는 귤이를 어루만졌다.

집이 있고, 가족이 있고, 내 옆에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많든 적든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있다. 
손을 뻗으면 나만 바라보는 작은 녀석이 있고, 언제든 가까이 있는 공원에 나가 자연을 느낄 수도 있다. 

행복하지 아니한가.


덧 - 근데 연애는 하고 싶더라. 영화 속 처럼 나를 특별한 여자라고 말해주는 남자가 어딘가는 있겠지.
덧2 - 삶은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것. 열심히,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삶을 살아간 캐롤에게 좋은 일이 있었다. 그건 캐롤이니까. 인생에서 불평 불만을 말하기 이전에 한 번 웃고, 최선을 다해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여자니까 그런 선물이 주어지는 거야. 행운은 비관하는 사람에겐 와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하며 손 벌리고 있는 자에게도 와주진 않을테지만.